완벽한 가격 CHEAP | 라이프스타일/서평

/ 2011. 5. 27. 18:28
post by 넷스루


일상 생활을 살다 보면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당장 점심 식사 한 끼만 해도 6~7천원씩이나 한다. 1만원으로는 하루 세 끼를 챙겨먹기도 힘들다. 우스개 소리로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르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저렴한 것들을 찾게 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모든 물건을 천원에 판다는 다이소부터 시작해서 이마트와 같은 대형할인점들, 게다가 요즘에는 반 값에 판다는 소셜커머스까지 저가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우리는 저가 상품들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기대에 못 미칠 것을 알면서도 아침마다 소셜커머스에 들어가서 무엇이 있나 둘러보고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우리는 왜 저가 상품을 찾게 되는가?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저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한정된 자원 내에서 효율적인 구매를 하는 합리적인 사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소셜커머스를 예로 들어보도록 하자.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쿠폰을 기존 가격 59,000원을 반값 할인하여 29,500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 당신은 꼭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29,500원에 파스타와 피자 세트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쿠폰을 구매하게 된다. 뭔가 싸게 좋은 식사권을 구매한 기분이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면 당연히 해야 할 합리적인 경제활동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보니 쿠폰판매로 인해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 1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음식도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부족하였다. 저렴한 가격에 쿠폰을 사는 대가로 너무 많은 시간과 부족한 서비스를 감수해야만 했다. 소셜커머스에 대한 이런 소문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당신은 구매를 했었던 것이다. 29,500원의 가치를 따져보면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하는 쿠폰이었지만 사람들은 다들 많이 구매를 한다. 과연 이러고도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한다고 볼 수 있는가?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무언가를 구입할 때 그들이 실제로 구입하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만족스러운 거래'라고 말한다. 자신이 똑똑하고 현명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구매를 할 수 있었다는 만족감에 빠지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 그레샴의 법칙

  소비자들이 맹목적으로 저가 상품을 찾게 될 때 어떠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제로 잘 나타내고 있다.

  "고객이 우유에 물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들은 물이 섞인 우유는 보다 싸게 구입할 것이고, 자신이 싸게 구입한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물이 섞이지 않은 우유를 선호하는 고객들은 돈을 더 주고 물이 섞이지 않은 우유를 구매할 것이다. 아무도 속지 않고, 아무도 바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정직한 상인이 우유에 물을 섞고, 그 사실을 고객들에게 말하지 않은 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어리석은 대중들은 그 우유를 사고서 싸게 구입했다고 착각할 것이다. 많은 상인들이 우유에 물을 탄다면, 점점 더 많은 고객들이 순수한 우유의 맛을 잊어버릴 것이고 더 싼 우유, 즉 물이 섞인 우유만 구매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직한 상인들은 우유에 물을 섞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다. 물이 섞이지 않은 우유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고, 물이 섞인 우유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나쁜 우유가 좋은 우유를 몰아내는 것이다."

 

사람 손으로 만든 제품들이 어떻게 그 먼 거리를 건너오는데도 공짜에 가까운 가격인지 생각해보았는가?

  우리는 대형할인마트에서 초저가 상품을 구매하면서, 또는 공짜로 제공하는 1+1상품을 구매하면서 한번도 어떻게 가격이 그렇게 낮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맹목적으로 저가 상품을 추구하게 될 경우 어떠한 문제들이 생기는 살펴보자.

  첫 번째로 노동자들의 희생이 생기게 된다.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건비를 줄여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공짜에 가까운 최저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작은 인건비로 제조하는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른 다는 것이다. "2005년 중국은 산업재해가 71 7,938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12 7,089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그 이후에도 매년 10만 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몇 차례 발표했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우리는 저렴한 상품을 구매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환경까지 걱정해주어야 하냐고 반문 할 수 있지만 책의 내용에 따르면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재가격 상승을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를 경우, 예를 들어 멕시코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25퍼센트 혹은 30센트 증가할 경우 미국의 셔츠가격은 1.2퍼센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근로자들의 임금이 30퍼센트 오르면 20달러 셔츠가 20.24달러 오르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대부분 아무 불만 없이 이 추가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로 우리들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로 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안전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식품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안전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따르는 비용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 신선하고 안전한 제품을 요구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기꺼이 부담한다면, 오염된 수입품에서 유발되는 위협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책에서와 같이 저가 상품을 요구하는 것은 업체들에게 안전에 대한 검사를 소홀하게 해달라고 요청해주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중간 가격의 적당한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가 저가 상품만을 고집할 경우 기업이 판매가격을 높이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쟁업체로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품질이 떨어지는 저렴한 상품만을 팔거나 품질을 보장하는 고가의 상품만을 팔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업체들은 이런 심리를 또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저렴한 제품들은 동전의 양면에 비유할 수 있다. 동전의 뒷면은 구매 가능한 명품을 선전하는 홀푸즈와 기타 체인들이다. 동전의 앞면은 월마트, 타깃, 아웃렛 몰, 달러 스토어, 그 외 저가 소매점들이다. 이렇게 상반돼 보이는 업체들은 사실 서로를 강화시키며, 품질이 우수하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킨다." "품질과 가격이 싼 상점과 비싼 상점의 중간을 잇는 '중간 상점'이 빠져 있다."

 

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과거에는 우리 이웃들 모두가 소비자이자 노동자이며 판매자였다. 지역 공동체 내에서 부정직한 상거래는 자정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대기업과 지역소비자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러기가 어렵다. 이 책에서는 이를 극복한 미국의 '웨그먼스 푸드 마켓'의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제는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더 나은 소비생활을 위해서라도 단순히 가격에만 의존하는 판단이 아닌 합리적인 선택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고 업체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계속 요구해야만 한다. 책에서도 완벽한 해결책을 제공해주지는 않지만 저가 상품으로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